본문
매맞고 사는 여자들, 자신을 괴롭히는 다른 사람때문에 괴로운 사람들,
수많은 사연들.
그 사연들 중엔 스스로를 희생자의 역할에 매몰시킨 사람들도 더러 있다.
관성처럼.
그러한 역할에 익숙해져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거.
난 똑쟁이니까 그런거 안해.라던 나역시 그들과 비슷했다.
그 관성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고통을 인내하며 살고 있었다.
인정받고자하는 마음.
소울메이트라고 생각했던 친구
둘이 낄낄거리며 붙어다녔던 우리의 관계는, 사실 그렇게 유쾌한 관계는 아니었다.
난 그애에게 늘 상처받았다.
진정한 친구, 베스트프렌드, 힘들 때 끝까지 옆에 남는 친구_란 환상에 빠진 난
그 자릴 지키고 싶었다. 그애가 뒤돌아 봤을때, 힘들 땐 언제든지 닿을 거리.
왜 난 그런 대접을 받으며 아둥바둥 그 옆에 서고 싶었던 걸까.
언젠간 내 이런 희생을 인정이란 보상으로 되돌려 받을 거란
착각은 도도리표처럼 반복적으로 날 흉지게 만들었다.
늘 내가 피해자야 상처받았어, 니가 나빠. 라고 했지만,
결국 그자리로 들어간건 나였다.
한동안 그 역할에서 비켜나 있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었고 공허였다.
그때의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.
뭔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느낌. 사실과는 상관없어. 내가 느끼면 그게 사실인거야. 정말 그렇게 느꼈으니까.
오랫동안 매달리던 대상이 사라지자 공허해졌다.
강렬히 원하고 바라던 그 무언가를 잃어버렸다.
가슴이 휑하고 공허했다.
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불안했고
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수도없이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.
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 지 몰라 늘 공허했다.
탄성처럼,
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아 괴로웠다.
다시 그 자리로, 내게 주어진 역할로. 돌아가야 해.
아니지. 거긴 아니라고 수없이 혼잣말을 해봤지만, 그럴수록 원래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다.
내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, 동등한 관계로.
부당한 처우에 분노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.
이건 싫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.
지금 바라는 건.
건강한 관계